전체 글18 실패담을 나누겠다고 하는 선배에 대한 묵상글 🙇♂️ 실패를 나누는 용기, 배우려는 겸손약 20일 후, 내가 속한 한 모임의 단합 행사가 열린다. 나는 이 모임에서 연락을 맡고 있어 선배들에게 참여를 부탁드리는 전화를 돌리던 중, 한 선배님의 말씀에 마음이 멈칫했다. 그분은 은퇴를 몇 년 앞두고 계신 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번 모임이 끝난 뒤, 젊은 후배들과 따로 시간을 갖고 싶네. 내 실패담을 들려주고 싶어서.”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 어떤 선택이 주효했는지, 무슨 지혜를 발휘했는지를 자랑스럽게 들려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이 선배님은 달랐다. 자신의 실패를 담담히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내 실패담을 과연 후배들이 들.. 2025. 5. 5. 다운증후군 여성의 모습을 보며 느낀 묵상글 🎵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지난주 점심 무렵, 날씨가 유독 좋았던 어느 날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는데, 내 앞 5미터쯤에 한 젊은 여성이 먼저 걷고 있었다.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을 본 순간, 문득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한 인물이 떠올랐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던 영옥의 쌍둥이 언니 ‘이영희’였다. 드라마 속 '이영희'를 연기했던 배우의 뒷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던 것이었다.나의 걸음이 빨라서 곧 그녀 뒤까지 도달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녀 역시 다운증후군을 가진 분이었다. 한 손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산 햄버거와 콜라 세트를 들고 있었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손에 든 채 목적지로 향하던 평범한 장면. 그런데 그 무엇보다 인상 깊었.. 2025. 5. 4. 봄 운동회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묵상글 🗣️ 들려오는 응원 소리, 봄 운동회의 시작어제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초록 잎이 가득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크고 흥분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자, 모두 힘을 내세요! 청팀 이겨라!"라는 외침이 섞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단지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소리의 정체가 드러났다.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봄 운동회를 하고 있었다.그 초등학교는 내 출근 방향과 반대쪽이어서 운동회의 현장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더 걸어가니, 또 다른 방향에서 또렷한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내가 가는 길 방향이었다. 마치 오늘은 온 동네 초등학교가 동시에 봄 운동회를 여는 날처럼 느껴졌다.👀 함께 굴리는 큰 공, 협력의 .. 2025. 5. 3. 영면치료를 끝내려는 지인의 모습에 대한 묵상글 🕊️ 마지막 선택 앞에서, 믿음의 고백을 묻다며칠 전, 한 지인의 부탁으로 요양병원에 함께 가게 되었다. 지인의 남편은 14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고, 뇌의 많은 부분을 절단한 이후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러 요양병원을 전전하며 지내왔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 긴 세월을 감당한 이는 다른 가족이 아닌 아내였다. 약 9년 전 나는 이미 그 병실을 찾아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9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는 말 그대로 뼈만 남은 모습으로 연명치료 중이었다.💔 남겨진 삶의 이야기그 남편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열심히 살아가며 가난했던 시골 부모님께 땅도 사드리고, 다른 형제자매들의 삶까지 돌보며 가정을 일으킨 ‘효자’였다. 그는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고, 그 덕분에 주.. 2025. 5. 2. 폭우 속 차에서 들린 와이퍼 소리에 대한 묵상글 ☔ 비 속을 달리는 차에서 들리는 소리오늘 오전, 모임이 있어 차를 타고 외곽 고속화 도로를 달렸다. 다행히 차는 많지 않아 속력을 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폭우였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계속 달려야 했기에 전면 와이퍼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그런데 곧이어 귀에 거슬리는 ‘삑삑’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몇 분이 지나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고요한 차 안에서 삑삑거리는 와이퍼 소리는 생각보다 컸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문득 생각났다. ‘언제 와이퍼를 마지막으로 교체했더라?’ 그제야 와이퍼가 오래되었고, 딱딱해졌으며, 마모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가 와야 보이는 것들이 상황은 나의 영적 상태를 되돌아보게 했다. 비가 오기 전까지 와이퍼는 멀쩡해 보였다. 그 자리에 있었고,.. 2025. 5. 1. 횡단보도 신호등 그늘에 피한 사람에 대한 묵상글 🌞 아침에는 빛으로, 낮에는 그늘로내 삶의 패턴상 새벽에 새벽공기를 맞으며 걸어서 모임에 가고, 여전히 아침 차가운 공기가 있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새벽 집을 나설 때 옷을 여전히 따뜻하게 입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햇빛이 드는 쪽을 걸어서 간다. 그 햇빛이 내게는 따뜻한 담요처럼 느껴진다.그런데 오후 1시쯤, 같은 길을 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신호를 기다릴 때였다. 여성 한 분이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동일하게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여성은 가로등에 의해 생겨난 좁디좁은 그늘 뒤에 숨어 햇빛을 피하고 있었다. 얼굴 반쪽만 가려질 듯한 작은 그늘이었지만, 그늘의 냉기를 기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그 순간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햇빛은 모두에게 기쁜 것이 아니구나.’ 같은.. 2025. 5. 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