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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폭우 속 차에서 들린 와이퍼 소리에 대한 묵상글

by 일상의 묵상 2025. 5. 1.

☔ 비 속을 달리는 차에서 들리는 소리

오늘 오전, 모임이 있어 차를 타고 외곽 고속화 도로를 달렸다. 다행히 차는 많지 않아 속력을 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폭우였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계속 달려야 했기에 전면 와이퍼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그런데 곧이어 귀에 거슬리는 ‘삑삑’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지만 몇 분이 지나자 신경이 예민해졌다. 고요한 차 안에서 삑삑거리는 와이퍼 소리는 생각보다 컸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문득 생각났다. ‘언제 와이퍼를 마지막으로 교체했더라?’ 그제야 와이퍼가 오래되었고, 딱딱해졌으며, 마모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를 내는 와이퍼
소리를 내는 와이퍼

☁ 비가 와야 보이는 것들

이 상황은 나의 영적 상태를 되돌아보게 했다. 비가 오기 전까지 와이퍼는 멀쩡해 보였다. 그 자리에 있었고, 문제없이 제 기능을 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폭우 속에서 와이퍼는 더 이상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삐걱거리는 소리, 뿌연 자국, 흐려지는 시야. 겉으론 멀쩡했지만, 안은 닳아 있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다. 평탄할 땐 괜찮아 보인다.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봉사하면서 무난하게 신앙생활을 한다. 겉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폭우처럼 위기가 닥친다. 건강의 위기, 인간관계의 갈등, 재정의 불안, 예기치 못한 실패. 그때 우리는 ‘삑삑거리는’ 영혼의 소리를 듣게 된다.

“왜 하나님은 응답하지 않으시지?” “말씀이 위로가 되지 않아.” “내가 믿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삶의 비는 진단도구다. 드러나지 않던 영적 마모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은혜다. 문제는 고난이 아니다. 고난이 왔을 때 드러나는 내 영혼의 상태다.

⚙ 단련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자동차의 와이퍼는 자주 쓰이지 않지만, 비 오는 날 없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우리의 신앙 습관과 내면의 태도도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고난의 시기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욥은 극심한 고난 가운데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기 23:10) 여기서 ‘단련’은 금속을 뜨거운 불 속에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결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하나님은 욥의 인생을 통해 고난은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정금 같은 믿음을 빚는 도구임을 보여주신다.

특히 ‘그가 아시나니’라는 표현은 강력한 위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설명할 수 없는 그 길조차도 하나님은 알고 계신다. 그분은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신다. 중요한 건 이 단련의 과정을 통과한 후의 변화다. 욥은 고난을 통해 믿음을 잃은 것이 아니라, 더욱 순결한 믿음으로 빚어졌다. 우리 또한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붙들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더 맑고 투명하게 비추는 ‘순금’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묵상 적용

지금 내 삶에 ‘삑삑 소리 나는’ 신앙의 영역은 무엇인가?

맑을 때 점검하지 않고 지나쳤던 내 신앙의 마모는 어떤 것이었는가?

위기의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 마무리 묵상 문장

비가 내려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고난 속에서 내 믿음의 진짜 상태가 드러난다. 삑삑거리는 그 소리는 고장이 아니라, ‘다시 나를 정비하라’는 하나님의 친절한 알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