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저녁에 마신 말차 한 잔의 결과'에 대한 묵상글

by 일상의 묵상 2025. 4. 26.

🍵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

내가 일하는 쪽에는 1년에 두 번, 전체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중요한 정기 모임이 있다. 평소에는 각자의 지역과 사역지에서 바쁘게 지내기 때문에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지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며칠 전, 바로 그 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컸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모임 시작 시간을 착각하고 말았다. 사실 이번에 모임 시간이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처럼 헷갈린 이들도 있었고,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결국 예상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고, 덕분에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거의 놓치고 말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공식적인 전체 모임이 마친 후 몇몇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바로 헤어지기엔 아쉬운 마음이 컸기에, 식사를 마친 후엔 자연스럽게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시간이라 커피 대신 다들 다른 음료를 주문했고, 나는 가볍게 따뜻한 말차 한 잔을 골랐다. 녹색의 고운 빛깔, 부드러운 쌉쌀함. 손안에 담긴 작은 온기가 참 고요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작은 한 잔이, 평소의 나를 얼마나 흔들어 놓을지 몰랐다.

말차 한 잔
말차 한 잔

☕ 말차 한 잔, 평소와는 다른 밤

평소 같으면 눈이 저절로 감기는 시간이었지만, 그날 밤 나는 이상할 정도로 또렷한 정신을 가지고 침대 위를 뒤척였다. "왜 이러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루를 천천히 되돌아보니, 바로 그 말차 한 잔이 떠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카페인 한 방울. 평소 루틴을 조금도 벗어난 것 같지 않았던 그 작은 선택 하나가, 나의 생체 리듬을, 평안한 잠을, 조용히 어그러뜨려 놓은 거였다.

🍃 작은 것 하나가 무너뜨릴 때

생각해보니, 삶도 참 이와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들은 말 한마디. 대수롭지 않게 넘긴 작은 생각. 의도 없이 지나간 누군가의 표정 하나. 마음에 올라온 작은 감정 하나. 작은 상처. 그것들이 생각보다 깊은 파장을 남긴다.

가끔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허용한 말과 행동이, 나중에는 더 깊은 염려와 분심의 씨앗이 되어 자라난다. 처음엔 작은 돌 하나였던 것이, 마음속 평온이라는 수면 위에 던져져 파문을 만들고, 결국 평정을 깨뜨린다.

마치 커다란 건축물도 작은 균열 하나에서 무너지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도 '별것 아닌' 무언가로부터 서서히 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작은 감정 하나, 억누르지 않은 분노,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내 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평안은 큰 전쟁이 아닌, 소소한 전투에서 지켜지는 것이다.

📖 마음을 지키는 일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개역개정)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라는 표현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지키고 보호하며 살아가는지를 상기시킨다. 재산도, 명예도, 건강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삶의 방향과 결정, 태도와 말, 행동의 뿌리가 바로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말차 한 잔이 수면을 깨뜨릴 수 있듯, 작은 감정 하나가 하루를 어지럽힐 수 있다. 그래서 "크게 문제될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 앞에서도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마음을 지킨다는 건 거창한 결심이나 대단한 사역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다. 지극히 작은 일상, 소소한 선택과 생각,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 들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지금 그 마음을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거기서 비로소 회복이 시작된다.

🍵 묵상 적용

오늘 내 마음에 스며든 작은 떨림은 무엇이었을까?

별것 아니라고 넘긴 어떤 것이, 내 평안을 흔들고 있진 않을까?

주님 앞에서, 지금 다시 다듬고 지켜야 할 마음의 부분은 어디일까?

🌿 마무리 묵상 문장

"작은 떨림에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