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5시, 멈춰 선 구급차를 보며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 보니, 멀리 정지 신호등 아래에 119 구급차가 보였다. 당연히 싸이렌을 울리며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갈 줄 알았다. 늘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싸이렌 소리 대신, 차량 위의 모든 비상등만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구급차는 정지 신호 앞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왜 멈춰 있지? 환자가 위급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익숙한 광경이 아니었기에, 그 멈춤은 오히려 강렬하게 다가왔다.
🚦 늘 달려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늘 달리는 것이 옳은 걸까?' '멈추어야 할 때 멈추는 것이 더 필요한 순간도 있지 않을까?' 평소라면 바쁘게 지나쳤을 이 새벽, 그 멈춰 선 구급차는 내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멈추는 것도 사명이다." 구급차는 멈췄지만, 사명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필요한 멈춤'을 선택했기에 더 큰 일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항상 달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된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다. 멈춤은 준비다. 멈춤은 신뢰다.
📖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편 46:10)
이 구절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말씀이다. 전쟁과 혼란 속에서, 온 세상이 뒤흔들리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가만히 있으라." 이 말은 ‘멈추라’, ‘중단하라’, ‘너의 노력과 두려움을 내려놓으라’는 명령이다. 가만히 있음은 무기력한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믿음의 태도이다. 하나님께서 싸우시고 일하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평온. 그 자리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체험할 수 있다.
🌿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구급차 안에서는 분명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을 수도 있고, 병원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을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분주한 손길들이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삶도 같다.
📖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기 23:10)
욥은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았고, 끝내 이런 고백을 했다. 그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않으며…"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믿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단련하신다는 것을. ‘단련’이라는 말은 금속을 불에 태워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고통의 시간은 우리를 깨뜨리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안의 불순물을 벗겨내는 시간이다. 겉으로 아무 일도 없어 보여도, 하나님은 내면 깊은 곳에서 나를 빚고 계신다. 그 시간을 견디면, 우리는 정금처럼 더 순전하고 맑아진다.
🌿 싸이렌의 시간, 비상등의 시간
인생에는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야 할 시간이 있다. 그리고 비상등을 켠 채 멈춰야 할 시간도 있다. 싸이렌의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비상등의 시간에는 잠잠히 기다린다. 신호등 앞에 멈춘 구급차처럼,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진짜 믿음이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이사야 40:31) 기다리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다. 기다림은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며, 하늘의 능력을 새로 입는 시간이다.
🌿 묵상 적용
나는 지금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야 할 때'인가, 아니면 '비상등을 켜고 멈춰야 할 때'인가요?
하나님께서 지금 "멈추라"고 말씀하고 계신데도, 나는 여전히 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진 않나요?
멈춰 있는 지금 이 시간, 나는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계심을 믿고 있나요?
🍃 마무리 묵상 문장
“멈춤은 실패가 아니다. 멈춤은 하나님의 숨은 계획 속으로 들어가는 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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